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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시 새롭게 걸음을 떼다.

낮 달 2009. 7. 13. 23:15
 어느새 침묵 속의 두달이 지났다. 그 사이에 난 물론 제대를 했고, 지금은 '자리'를 꾸어내서 일을 하고 있다. 일의 재미나 업무량은 둘째치고, 일단 얼마나 내가 원하던 '색'다른 사람들과 '색'다른 이야기들이었던가. 아마 한달 후에는 여기 이곳에서의 생활을 통해 조금은 더 명확해질 내 남은 생의 결론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. 
 
 하지만 그간의 한달이 찝찝한 데는 이유가 따로 있다. 입대를 하는 순간에도, 훈련소에서 행군을 하다가도, 새벽녘 출동을 나가면서도, 또 제대를 2주 남기고서도 굳게 다짐한 일이었던 지난 2년의 세월에 대한 정리를 아직도 해내지 못했다. 벌써 한달이 다 지났는데 어떻게 이렇게 쉽게 한 달을 살아냈는지 신기할 정도다. 상황을 가리지 않고 불쑥 찾아오는 감각들과 감정들, 그리고 품었던 모든 생각들까지 기록해내려 했던 지난 2년 내 살덩이 같은 수첩들을 아직도 내 방 책상에 쌓여있다. 허망한 소통들, 도무지 닿질않던 따스함, 울분어린 내면의 꿈틀거림들 모두 앉혀놓고 나누던 설익은 대화들. 게다가 나를 버티게했던 내 벗들의 편지들에 담긴 그들의 목소리들까지도 먼지에 덮혀 먹먹해지고 있다.

 이번 주말에는 차분하게 책상에 앉아 지난 2년의 기억들과 마주하는 시간들을 만들어봐야 겠다. 이제 정말 뜨겁게 한 번 안아주고 떠나보낼 때가 되었다.  

 그리고 앞으로 이 공간은 푸념보다는 각오를, 성급한 결론보다는 방황을, 조롱보다는 위로와 응원을 담기로 한다. 징징대지 말지어다. 차라리 스스로를 비웃는 사람들이 굳세다.